오늘 수영장에서도 에피소드가 생겼다.
수영 강습을 드디어 시작했다. 저번주부터 시작하였고, 일주일에 한번 받는다. 크라이스트처치는 총 7개의 시립수영장이 있고, pool membership을 주단위로 판매한다. 이 멤버쉽을 구매하면 강습1회권이 주어진다. 주간 구독권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한번 시작하면 4주 이용이 기본이다. 취소하려면 사전고지해야하는 기간도 4주이고. 나는 아이들 때문에 들어가야해서 진작에 멤버쉽 구매를 하였지만, 나랑 시간이 맞는 수영강습이 없었다. 여기는 수영을 어릴 때부터 배워서인지 어른들의 수영 강습은 많지 않은 편이다. 그리고 그 강습들이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져있고 나는 오전만 가능하기에, 나에게 맞는 시간을 예약하기가 더 쉽지 않았다. 서론이 길었는데, 아무튼 저번주에 첫 강습을 예약했고 수업 받았고, 오늘은 처음으로 수영 연습을 하러 왔다.
수영복을 갈아입을 때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사람이 많았고 학교에서 온 학생들도 마침 나랑 비슷하게 탈의실로 입장했다. 역시 수영장에 들어가보니, 내가 연습할 수 있는 레인이 비어있는 곳이 없었다! 나는 수영하면서 호흡을 못하기 때문에 수심이 낮은 곳에서 연습해야 한다.... 내가 가본 크라이스트처치 수영장의 일반 레인은 1.8~2.2미터 수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어쩔수없이 용기내어 가이드요원에서 물어봤다. (수영복 갈아입었는데 수영도 안하고 갈 순 없잖아...)
- 하이드로테라피 풀에서 수영연습을 해도 되나요? 그리고 혹시 이 풀에서 강습은 오늘 몇시에 있을 예정인가요?
- 스트로크와 킥을 심하게 하지 않으면 수영연습 해도 되고, 사실 지금 당신이 수영연습을 할 수 있는 곳은 이 풀 뿐이기도 해요. 그리고 한시반전에는 이 풀에서 강습이 없으니 자유롭게 이용하세요.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조용하게 수영하면 되요.
- 아 어차피 저는 완전 초보라서요, 스트로크 계속 하지도 못하고, 길게 가지도 못해요.
- 그럼요 처음엔 다 그래요. All good!
Hydrotherapy Pool은 일반 레인보다 따듯한 수온을 갖고 있는 풀로, 주로 운동이나 치료 혹은 휴식을 위한 풀이다. 실제로 내가 들어갔을 때 한 팀은 수중재활치료를 진행하고 있었다. 나는 어디에도 사람이 없는 가장자리를 짧게 왕복했다. 와... 너무 힘들었는데 시간보니 고작 5분도 안되었다. 그래도 꼭 30분을 채우리라 다짐을 하고 계속 왕복운동을 했다. streamline kick으로 시작하다가 자유형 스트로크까지 동반하여 진행했다.
그런데 라이프가드 한명이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아까와는 다른 분이다.
- 저기... 알겠지만 여기는 조용한 곳이어야 하거든요 It supposed to be calm. 그래서 자유형 연습을 하려면 일반 레인을 가서 하는게 좋아요.
- 맞아... 안그래도 물어봤었는데, 여기에서 조용히 하면 연습하면 된다고 해서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내 kicking이 셌어? 난 완전 초보라 거의 물 밖에서는 안보일줄 알았어요.
- Oh right I understand. But you are only allowed to do like this. (입영할 때의 팔 모양) And your kicking is pretty nice and strong. Looks good. Have confidence.
- 내 발차기가 세다고요? 아 그러면 여기에서 연습하면 안되겠네요. 저 안그래도 벌써 힘들어서요(ㅋㅋ) 그냥 패들로 뜨는 연습만 할게요.
- 오 아니야. 난 너가 수영연습을 하길 바래. 수영연습하러 왔잖아. 저기 슬로우레인에 가서 키가 닿는 곳까지만 왕복으로 연습하면 되.
- 아니에요. 거기에 지금 다른 사람이 연습하고 있고, 저는 방해하고 싶지 않아요. 전 정말 느리고 중간에 자주 멈춰야 하거든요.
- 음 그러면 이렇게 하면되요. 당신은 가장자리를 돌고, 다른 사람들은 가운데에서 수영해달라고 부탁하면 되죠. 내가 말해줄 수 있어요.
- 정말요? 고마워요. 그런데 정말 그렇게 해도 되나요? 그럼 한번 가볼께요.
그리고 물밖으로 나와서 슬로우레인으로 갔다. 두개 레인 각각에서 두명이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었다. 저기에서 양해를 얻어가면서까지 연습할 자신이 없었다.
- 저기.. 저 그냥 안물어보는게 낫겠어요. 저 정말로 다른사람을 방해하면서 연습하고 싶지 않아요. 그냥 여기에서 얌전하게 있을께요.
- 정말 그래도 되겠어요? 그럼.. 혹시 레인에 한명만 남게 되면 말해줄께요.
고맙다고 하고 다시 하이드로테라피 풀에 들어갔다. 근데 뭔 연습을 하던 발차기를 안하니 이상했다. 뭘하던 발차기를 안하니 금세 가라앉았다. ㅋㅋㅋ 그냥 고개를 어느 정도 들어야하는지 감이나 잡아보자하고~ 패들을 앞에 잡고 뜨는 연습을 하다가, 내가 뭐 하는지도 모르겠어서 그냥 수중에서 걷기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걷고 있는데 그 직원이 또 나에게 오는 것이다!
- 저기, 지금 레인 1과 2가 12시까지 비어있을 예정인데, 원하면 저기에서 연습해요. 물론 당신이 원하면요.
- 오 정말요? 저야 좋죠! 그리고 저는 원래 12시에 수영장에서 나가려고 했었어요. 그렇게 할게요. 고마워요!
그래서 나가보니 레인 1과 2 앞에는 reserved lane이라는 표시가 되어 있었다. 아마도 12시부터 수업이 있는 거 같다. 레인은 앞뒤로 나누어져있었고 깊어지는 곳에는 아래에 발판이 놓여져있었다. 그때 시간은 45분! 난 오분만 해도 힘든데 15분이면 정말 충분한 시간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그 레인으로 들어갔다. 내가 그 레인으로 들어가는데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요원끼리 무전으로 다 연락이 되어 있었던 것 같다.
결국엔 15분동안 안전하게 비워져있는 레인에서 맘편히 연습을 하였다. 난 정말 아무런 눈치도 보지 않고, 지난주에 배운 것만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이때 기분이 너무 좋았다. 연습을 하다가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다가 물도 몇번 먹었다. 15분의 행복이 이런걸까? 하이드로테라피풀에서 연습을 하다가 잠깐 지적을 받았을 때에도 뭔가 고마운 느낌이 났었다. 내가 수영연습을 하도록 방법을 강구해주려고 노력해주는 것이 느껴졌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강습때문에 미리 비워져있는 레인을 나에게 사용하도록 해주다니. 이런 일도 라이프가드의 일인걸까? 아무튼 기분이 너무 좋았다.
수영하고 나왔는데 날은 흐리지만 바람이 상쾌하고 시원했다.
기분이 더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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