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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25 4월24일 서로의 발작버튼

by NJay.st 2026. 4. 24.

오늘 아침에는 평화롭게 시작되는 듯 했다. 무엇보다 어제 저녁은 거의 완벽하였다. 아이들이 들어와서 바로 손과 발을 씻는 거에 대해서는 약간의 잡음이 있었지만 대화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을 자유롭게 보다가, 숙제 시간이 되었을 때는 첫째가 둘째의 숙제를 도와주기도 했다. 그리고 다음날 학교 갈 준비도 다 해놓고 말이다. 그리고는 처음으로 가본 피시앤칩스 가게에서 사온 피시앱칩스와 탕수육을 저녁으로 먹으면서, 서로 퀴즈 내기를 했다. 그리고나서는 자유롭게 책을 보고 좀 늦게 잤다. 

 

행복한 저녁 시간

 

그래도 잘 잤다. 그래서 심지어 나는 둘째를 재우고 나와서 목욕까지 했다. 다만 아침준비를 하다가 둘째가 나오는 바람에 그냥 잠들어버렸다. 이게 문제라면 문제였을 것이다. 

오늘 아침에 아침식사가 준비가 안되어 있었다. 그래서 난 아침도 해줘야하고 도시락도 싸야하고, 한마디로 바빴다. 

고맙게도 아이들은 각자 할일을 잘 해주었다. 

 

그런데 내 눈에 식탁 바로 옆에 널려져있는 책들과 연습장, 종이들이 보이는 것이다. 둘째는 벌써 모든 준비를 마치고 여유롭게 책을 보다가 심심해서 바닥에서 뒹굴고 있었다. 그래서 난 말했다.

- 둘째야, 그 바닥에 있는 거~ 제자리에 두자!

이때 우리 둘째의 발작 버튼이 살짝 눌려지고 말았다. 귀찮았겠지... 그래도 말로 잘 달랬다. 책을 책장이나 최소한 티테이블 위에라도 모두 올려놓기만 해도 한결 걸어다닐 수 있는 길이 생길 것이라고 말이다. 그랬더니... 정말 "책"만 정리한 것이다......

 

그래도 난 여기에서 멈춰야했다. 그런데 난 아무생각이 없었다. 진짜 아무생각이 없었다. 그냥 할일이 남아있는 걸로 보였고 고민없이 바로 말했다. 

- 둘째야, 이제 저거 연습장이랑 종이들만 바로 옆에 두면 되겠다! 

그때... 우리 둘째의 발작버튼이 제대로 눌리고 말았다.

- 아~~ 왜~~~~~ 이걸 다 어떻게 해~~ 이거 아가 다 못해~~ 이렇게 많은 걸 다 어떻게 하란 말이야~~~

이때 가서 안아주면서 좀만 다독여주었다면 아마 아이는 씨익 웃거나 힝! 하면서 마저 정리했을 것 같다. 그런데 둘째의 발작버튼이 눌리자, 나의 발작버튼도 눌려져버린 것이 문제였다. 

- 저게 뭐가 많다는 거지? 그냥 바로 옆에 두면 되잖아! 저게 하기가 그렇게 힘들어? 그러면 저걸 가질 자격도 없는거 아니니?!

둘째의 발작버튼을 또 누르고 말았다....

- 아니야~~~ 엄마 아니라고~~~ 아니라고~~(무한반복)

하아 난 '이제 그만 울라'는 말을 하고 있었고, 아이는 '아니라고'를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그때는 내 발작버튼이 눌렸다. 

- 이게 이럴 일이야???(버럭)

휴우....

그랬다.....

반성의 시간을 주는 것만 같은 차분한 민트색이다

 

말그대로 이게 그럴 일이었나? 정말.. 그냥.. 아무것도 아닌 건데 그냥 한번 다독여주고 지나갈 일인데, 오늘아침에도 내가 굳이 긁어부스럼을 만들고 만 것이다. 남편이, 이런 일이 있더라도 그냥 인지만 하고, 자책은 하지 말라고 했는데 어찌 자책하지 않을 수 있으랴.

 

나에게는 금방 할 일이지만, 이제 막 책을 정리한 둘째에게는 많아 보일 수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싫다고 할 권리가 있다. 이해하려고 하면 이해못할 일이 없다. 문제는 그걸 표출하는 방법이다. 아이는 아직 표출하는 것이 서툰 것이고, 부모는 그거 세련되게 다듬어줄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난 오늘 아이처럼 세련되지 못하게 표출하고 말았다.

 

난 언제쯤이나 성숙해질까. 

아이에게 잘해주려고 맘을 먹은게 어제 오후인데, 유효기간이 딱 반나절만 가다니... ㅜㅜ ㅜㅜ ㅜㅜ 

Frustration is not a failure, but a process to learn about resilience! 이 말을 하루에 세번은 새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