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일주일 넘게 흐리다 비오다를 반복하다가 오늘 드디어 날씨가 쨍하고 개었다. 어제는 비가 막 쏟아지는 와중에 둘째가 muddy puddle을 제대로 하는 바람에 운동화가 흠뻑 진흙물이 들었고, 오늘은 다른 신발을 신고 가라고 내놓았었다.
그런데 차를 타고 집을 나서서 도로에 들어섰는데, 둘째가 신발을 안 신고 왔다는 것이다! 오마이갓 돌아가기에는 너무 빠듯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바로 옆에 있는 학교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뛰어다녀올까 하다가 그래도 지각을 하거 같아서 일단 가기로 했다. 둘째는 다행히 크게 칭얼거리지 않았다. 다행히 날씨도 개고 있었고 말이다. 오늘 신발이 없어도 딱히 상관없을 거라는 위로를 하며 갔다. 여기는 뉴질랜드니까~ 여기는 신발이 있어도 한켠에 벗어두고 맨발로 다니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니까~ 혼자 그런 생각을 하며, 학교에 도착을 했는데 아직 잔디는 젖어있었다. 다행히 도로는 완전히 다 말라있었다. 둘째를 번쩍 안아서 도로에 내려주고, 이야기를 했다.
- 둘째야, 엄마가 신발 갖다줄까? 점심은 밖에서 먹지? 그 전에는 가져다줄께.
- 에프터눈티도 나가서 먹어~
- 에프터눈이 눈 이후라는 거야. 눈은 점심이고~ 그러니까 점심에 신발이 있으면 에프터눈티에 신발이 있을까요 없을까요~~~
둘째는 조금 생각하더니, 있다고 대답을 했다. 그리고 씩씩하게 교실로 들어갔다.
담임선생님에게 이 상황을 이야기하고, 점심이 대략 12:40분경에 이뤄진다는 걸 확인하였다.
그리고...시간이 흘러서
12:40에 난 학교에 들어갔다. 이렇게 일과 시간에 학교에 들어온 적은 처음이다. 들어가니 이제 막 도시락을 들고 나오는 아이들과, 이미 자리를 잡고 먹고 있는 아이들, 도시락을 들고 자리를 잡으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아이들이 보였다. 밖에는 둘째가 보이지 않아서, 교실로 들어갔다. 어떤 어여쁜 아이가 날 알아보고, 우리 아이가 어딨는지 안다고 따라오라고 했다. 그래서 따라갔는데...
우리 둘째가 교실 문중에서 작은 문 앞에서 혼자 먹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문을 바라보고 말이다...

나는 아이 옆에 가만히 앉았다. 그래도 모른다. 문만 바라보고있따. 그러자 그 어여쁜 아이는
"I found you~~" (아무 반응이 없자) "Look who came for you~"
그러는 와중에 한 친구가 와서 우리 둘째에게 말을 걸었다.
"Where are you going to go?" 그 친구는 이제 도시락을 갖고 나온 것 같았다. 들고 있던 도시락이 꽉 차 있었다. 우리 둘째는 여전히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둘째야~ 친구가 어디서 먹을거냐는데~'하니까 배시시 웃으며 우리말로 '몰라'라고 말했다. 그 말을 통역해주자 그 아이는 바이~하면서 뛰어갔다. 그 이후로 두명은 더 온 것 같다. 하지만 우리 둘째는 아무말도 하지 않은채 그냥 웃고만 있고,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러니까.. 계속 문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신발 신는 것을 도와주면서 물었다.
- 우리 둘째, 오늘 샌드위치 벌써 다 먹었네! 이것도 마저 먹어볼까?
- 응~~
- 우리 둘째~~ 보통 여기에서 먹어? 보통 누구랑 먹는고야~? 아까 그 친구가 같이 먹자고 하는거 같은데 갈까?
- 아니~ 엄마가 신발을 지금 갖다줄 줄 몰라서 여기서 먹고 있었지~ 여기에서 먹을때도 있고~ 나 혼자 먹을때도 있고 누구랑 같이 먹을 때도 있고~
- 그렇구나~~ 신발이 잘 안 들어가네(이러면서 다른 이야기를 했다)
- 엄마~ 지금 집에 가면 안되?
흐으으윽 엄마 맴찢...
- 안되지 아직 학교시간인걸~
- 아니야 가는 애들도 있던데?
- 그 친구들은 꼭 가야하는 사정이 있으면 가는데~ 오늘 우리 둘째는 별 사정이 없어. 끝까지 수업듣고 엄마가 델러 올께~
- 알았어. 언능 가 엄마...
우리 둘째 목소리가 이렇게 약하게 들린 적은 거의 없었던 거 같다.
학교에 데려다주고 데릴러올때도 우리 둘째에게 인사하는 친구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서, 사실 이제 적응을 했나 싶었다.
그런데 아이는 학교에서 이런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 같다.
아이들은 말을 걸고, 우리 아이는 그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오라고 하는 건 알지만, 뭐라고 대답할 줄 몰라서 & 거기에서 뭐라고 말을 할지 몰라서 & 거기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들을까바 그냥 아예 안 쳐다보고...
우리 둘째는 여기 오기 전에 영어 공부는 거의 안한채로 왔다. 그냥 유치원에서 하는 영어 수업 정도만 들어서, 알파벳이 무엇인지는 아는 상태였다. 그런데, 내가 너무 준비를 안 시켰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인 회화는 좀 알려줄걸...
내가 알려준 거라곤, good morning, sorry, hello 뿐이었던 거 같다.
날씨는 쨍한데, 내 마음은 흐리다.
아직도 아이가 문을 바라보고 앉아 홀로 샌드위치를 먹고 있는 모습이 선명하다.

뉴질랜드 생활 자체에 적응을 하느라 아이 학교 생활은 거의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던 거 같다.
수영 재미를 이제 느껴서 아이 학교를 보내고 수영하러 바로 갔던 내가 죄스럽게 느껴지는건 너무 오바인가?
아이가 이렇게 쓸쓸한 모습을 하고 있을 거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담임 선생님과도 대화를 해보고, 아이가 학교생활에 적응을 잘 하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줘야하는걸까?
난 사실 자연스럽게, 시간이 걸려도 그냥 자연스럽게 적응을 하길 바랬다. 사실 적응이라는 게 그런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단 말이다. 그런데 오늘 아이의 모습을 보니, 뭔가 개입을 해야하나 싶기도 하다.
하유 그런데 뭘?? 어떻게 한단 말인가!
영어가 하루만에 확 느는 것도 아니고,
아이를 데리고 이제까지 안하던 영어공부를 시켜야하는 것은 정말 아닌 거 같고...
.....
뭐가 있을까?
일단 아이에게 잘해주기!
학교에서 풀타임 수업을 듣고 온 것만으로도 너무 잘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진짜 알았다. 그러니 학교에서 생겼던 긴장이나 스트레스가 차분하게 날라가도록, 맘편하게 해주기!
그리고, 책을 신경써서 읽어주기!
써머타임이 끝나고 저녁에 책 읽어주는 시간을 한번도 갖지 못했다. 밥을 다 먹을 때쯤이면 극심하게 졸려해서 바로 재우곤 했다. 학교가방 정리나 주방정리, 빨래 정리 보다도 아이 책 읽어주는 것을 우선순위 상단에 올려야겠다. 이렇게 책을 읽으면 우선 아이가 정말 좋아해서 마음이 좀 노곤해질 것이고, 요새는 영어책도 많이 들추는 편이니 그 중에 하나를 읽어줘도 될 것이다. 책 읽어주는 건 최고의 육아다.
칭찬 많이 해주기!
요새 생각해보니 칭찬에 인색한 것 같다. 밥 빨리 안 먹니~ 양치 바로 안하니~ 오자마자 손 씻고 옷 갈아입어야지~~ 스스로 밥 좀 먹어~ 화내지 말고 말해~등이 내가 요새 둘째에게 가장 많이 한 말 같다...
우리 아이는 정말 신발이 없어서 여기에서 먹는다고 말한걸까?
아니면 내가 걱정하는 거 같아서 그렇게 말한걸까?
그냥 저절로 핑계거리로 만든걸까?..
이유가 무엇이든 무슨 상관이랴...
그나저나 우리 아이들 진짜 대단해... 하아~~ 이제 그만 고민하고 걱정하고, 아이들을 위한 간식을 만들러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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