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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21 4월18일 어머니는 건더기가 싫다고 하셨어

by NJay.st 2026. 4. 20.

우리 둘째는 야채를 싫어한다. 아니지 싫어한다기보다는.... 일단 초록색이면 의심하여 입에 대지 않으려 하고, 무엇보다 탄수화물 종류를 훨씬, 강한 정도로 선호한다. 빵, 젤리, 초콜렛

 

우리 첫째는 음식을 먹는 것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모범적인 식습관을 갖고 있다. 골고루 먹으며 너무 짜거나 단 것은 엄청 많이 먹지 못한다. 특히 인공적으로 짜거나 단 것 말이다. 해산물과 과일은 거의 무한으로 먹는다. 

 

이런 아이들에게 오늘 저녁으로 카레우동을 해주었다. 솔직히 둘째는 많이 안 먹기 때문에... 우동사리를 2인분만 구매하였었다. 새우와 브로콜리, 버섯을 볶은 다음에 일본의 유명 카레 프랜차이즈 이름으로 판매하는 카레우동 소스를 붓고 우동사리 넣고 보글보글~ 맛있는 냄새가 주방에 퍼졌고 아이들은 어서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그런데 아이들 주다보니 새우-브로콜리-버섯이 거의 남지 않았다. 그리고 우동사리도 아주 조금 남게되었다. 게다가 둘째는 더 달라고 하는 것이다! (당연히 '면'만 더 달라고 했다) 그래서 남아있는 우동사리를 마저 주고 나니 남은 것은 우동소스와 새우 한개, 국자에 담기지 못한 브로콜리와 버섯 몇 쪼가리..! 다행히 집에 남아있는 파스타 생면이 있었다. 그걸 삶아서 난 볶음우동식으로 만들어서 그릇에 담아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둘째 왈

- 힝 엄마는 왜 면만 있어? 건더기는 하나도 없고? 나도 그렇게 먹고 싶은데~~ 엄마 좋겠다

- 엄마 밑에 있어~~ 위에 면이 먼저 있는거야. 

 

둘째는 식사를 이어가다가 어느 순간 내 그릇을 쳐다보더니 

- 엄마! 왜 아직도 면만 있어? 아래에 건더기가 있어야지. 엄마 나도 그렇게 먹고 싶단 말이야~~

이때 아이 그릇을 보니, 면은 많이 줄어있었지만 새우-브로콜리-버섯은 거의 그대로였다. 브로콜리는 두개 정도만 주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이제 면 한번 먹고 건더기도 한번씩 먹으라고 말했다. 그래야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말이다. 그래도 둘째는 내가 건더기가 없는게 불만이었던 모양이다.

- 엄마는 왜 건더기가 없냐고~~ 엄마 진짜 좋겠다~~~~ 힝 나도 그렇게 먹고 싶은데~ 

 

그때까지 듣기만 했던 첫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동생아, 엄마는 먹고 싶어도 안 먹는거야. 우리 다 주셔가지고 엄마 그릇에 없는 거라고. 건더기가 맛있는 거야 이 바보야~ 너 언넝 먹어라

 

둘째는 표정을 삐죽거리더니, 다시 먹기 시작했다... 

그래도 자기는 여전히 면만 먹고 싶은 눈치였지만, 적어도 '엄마 왜 건더기가 없어~ 엄마 좋겠다'라는 말은 식사가 끝날 때가지 하진 않았다. 

 

 

 

 

뭐,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