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말 기쁜 날이다.
아침에 서리가 껴있는 것마저 기쁘다. 그건 바로 내가 좋아하는 쌀쌀한 화창한 아침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오늘은 우리 둘째의 생일이다. 새벽에 아이 생일상(!)을 준비하다가 몇번을 다시 아이 재우러 들어갔지만, 그래도 중요한 것은 모두 마쳤다. 즐거운 아침 맞이를 하고, 잠옷차림으로 선물 개봉 모드로 들어갔다. 모두 다 아이가 직접 고른 것이라 다 알고 있는 것임에도 아이는 정말 기뻐했다. 물욕이 가득한 아이가 고심하고 고심해서 고른 것이라 그런걸까?
형이 잘 크고 있음에도 기쁘다. 동생의 기분을 맞춰주면서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을 보고 정말 뿌듯하였다. 오늘 둘째는 완전 형의 팬이다. 형이 뜯기 힘든 상자도 다 뜯어주고, 로봇도 조립해주고, 숫자초를 깜박한 엄마를 대신해서 뚝딱싹둑해서 선물상자 뒷면을 이용해서 종이초를 만들어주었다.
게다가 오늘은 둘째가 밥을 제때 다 먹었다! (이 역시 형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마지막 한입을 물고 기쁜 얼굴로 밥그릇을 나한테 가져다줄 때의 표정은 정말…. 기쁨이 마음속에서 번지게 하는… 그런 기쁜 뿌듯 표정 자체였다. 어제는 밥을 제때 다 못 먹었다고해서 내가 못되게 굴어서 혹시나 아이가 눈치채진 않았을까하면서 마음이 하루종일 내내 불편하고 미안했는데, 오늘은 이렇게 잘 해주어서 너무 고맙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학교에 갔을 때! 우리는 아주 긴 아침을 보냈으므로, 딱 2분전에 등교했다. 저 멀리에서 들리는 담임선생님의 말씀, come on buddy and happy birthday! 우리 둘째를 보고 씨익 미소를 지으시는데, 정말 세상에서 가장 인자하고 따듯한 미소였다. 우리 둘째는 기분이 더 좋아져서는 나에게 달려와 한번 더 안겼다. 오늘도 기분좋게 보내고 만나!
오늘은 드디어 방학식이다. 이번 방학은 좀 다르게 보내려고 계획 중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밥먹는 것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다! 화이팅!!
Epilogue 1.
이래저래 고르다가 생일풍선을 구매하지 못했다. 가랜드도 살까말까하다가 구매하지 못했다. 그런데 문득 친구가 아이들과 함께한 미술활동(!)이 생각나는 것이다. 그건 바로… 내가 어릴 적에 자주 했던 이거였다. 그래서 나도 이걸 했다. 초라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나름 괜찮다. 게다가 오늘 아이도 특별히 이것을 콕 집어서, 엄마 이거 너무 이뻐~~ 형아 말대로 진짜 엄마가 내 자리 예쁘게 꾸며줬네. 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풍선도 집에 있는 걸로 했다. 알록달록으로만 골라서, 책을 묶었던 실로 엮어서 선물 주변에 둘러놓으니 나름 괜찮았다. 이렇게 해서.. 이십달러 정도를 세이브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내가 살림을 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Epilogue 2.
이제 진짜 한겨울인가보다. 어제밤이 쓰레기통을 내놓는 날이어서 오늘 아침에 가지러 갔는데, 뚜껑 위가 하얗게 얼어있었다. 그리고 심지어 학교에는 이런 싸인까지 등장했다. 저기 바닥은 얇은 얼음이다. 그런데 해가 이렇게 반짝반짝비추니 이마저 넘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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