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는 행사가 많다. 그 중 하나로 오늘은 아이가 크로스컨츄리대회를 나가는 날이었다. 날씨가 어찌나 좋던지, 게다가 위치가 내가 좋아하는 지역쪽이었다(크라이스트처치 헤글리 파크 남쪽). 충분히 미리 갔다고(대회시작 한시간 전에 도착) 갔는데 주차할 곳이 없었다. 겨우 주차를 하고, 대회하는 곳을 찾아갔는데, 잘 찾을 수가 없었다. 지나가는 학생에게 물어보니 정말 친절하면서도 똑부러지게 길을 알려주었다. 기분좋은 시작이다. 학생이 알려주는 곳 쪽으로 가다보니, 대회가 열리는 곳이 어딘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큰 함성소리나 방송소리 같은 건 들리지 않았지만, 뭔지 모를 에너지가 어딘가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쪽을 향해 갔더니 펼쳐진 광경..

와 정말 인상적이었다. 저 멀리 보이는 힐을 배경으로 잔디운동장에 아이들과 어른이 잔뜩 모여있었다. 다들 한껏 상기되어있었고, 푸른 하늘 아래에 Finish line이 써져있는 깃발이 보였다. 다들 학교에서는 잘 뛴다고 하는 친구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위해 모인 것이다! 부모 뿐만 아니라 조부모까지 온 경우도 꽤 많이 보였다. 우리 아이는 1학년 남자아이어서 가장 먼저 레이스를 시작하였다. 아이들은 이미 코스를 한번 걸어보았다고 한다. 우리 아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중간에 딴 것에 현혹되어 멈추거나 세지 않고 결승선까지 한번에 쭉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농담삼아 아이들에게 말했다. Just let’s focus on the finish line! Not to be distracted!! 아이들은 이게 무슨 뜻인지 아는지 서로 놀리기도 하고 웃으면서 알겠다고 대답을 했다. 드디어 레이스 시작! 마치 마라톤 시작하는 것처럼 시작을 알리는 총소리가 울리고, 아이들은 우르르 뛰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아이들이 열심히 달리는 것이다. 그 중에 몇몇은 단연 뛰어났다. 앞으로 확 치고 나와서 선두를 차지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사라진 아이들은 다시 한바퀴 돌고와서 내 앞에 나타났다. 내 앞의 코스는 심지어 장애물까지 있었다. 학교에서 진행한 크로스컨츄리에서는 없던 아이템이다. 다리가 짧은 우리 아이는 한번 넘어질 뻔했지만, 정말 기특하게도 키킥 웃으며 그냥 타고 넘어가더니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한눈에 봐도 힘들어보였다. 그래도 옆에서 Go Go!하는 부모들의 응원소리에 우리 아이를 포함한 다른 힘들어보이는 아이들도, 최소한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렸다. 드디어 두바퀴를 마치고 결승선이 보이는 지점에 이르자, 몇몇 아이들은 스퍼트를 내기 시작했다. 뒤쳐진 아이가 또 다시 막 달려서 다시 자기순위를 지키고하면서 엎치락뒤치락하면서 길고도 짧은 레이스가 끝났다.
전체 3등까지 메달을 수여하고, 5등까지는 상장(certificate)을 수여한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 아이의 손등은 깨끗했다.(순위에 든 아이들은 손등에 등수를 써준다.) 뭔가 조용한 우리 아들. 엄마한테는 우리 아들이 1등이야! 라는 말에도 그저 친구를 기다리면서 도시락통을 만지작만지작 대더니 드디어 하는 말,
- 엄마.. 나 그래도 2등은 하고 싶었는데. 1등 아니면 2등 하고 싶었는데 너무 아쉽다. 아 힘들어라~~
그래도 이 말을 웃음기를 머금고 이야기해서 마음이 덜 아팠다. 그리고 한편으로 놀랐다. 우리 둘째는 승부욕이 그다지 보이지 않았던 아이였다. 그런데 내심, 자기도 메달을 받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완주를 했을 뿐 아니라, 계속 상위권 그룹에 있었는데~ 아들아~ 오늘 정말 잘한거야! 이러나저러나 엄청 좋은 날씨에 이렇게 기분 좋은 경기를 잘 마쳐서 보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나도 모르게 나도 상기되고 말이다. 여기 뉴질랜드에 와서 이런 분위기를 느낄 때마다 정말 좋다.
오늘 나를 기분좋게 만든,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하나 더 언급하자면, 그건 바로 경기 내내 레이스의 앞뒤를 책임지는 시니어 학생들이다. 레이스를 시작할 때 앞에 두명, 뒤에 두명이 형광색 조끼를 입고 같이 뛰어준다. 앞에 있는 학생들은 코스를 안내하기 위함이고 뒤에 있는 학생들은 혹시나 뒤쳐지는 아이들이나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완주를 돕는 것 같았다. 실제로, 대부분의 아이들이 결승점을 통과하고 나서 저~~뒤에 형광색 조끼를 입은 아이가 뒤를 받쳐주면서 한 아이가 천천히 달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둘은 결코 멈추지 않고 달리기를 계속 했으며, (거의 걷다시피 했지만 그래도 달렸다!) 결국 결승점을 통과했다. 이런 시스템을 볼때마다 기분이 좋다. 학생들은 어리고 자신의 한계점을 재단할 줄 모른다. 그래서 혹시 자기 페이스를 조절하는데 실패하거나 그저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어하는 학생이 나타나면, 그보다 더 성숙한 “학생”이 그 학생의 완주를 돕는 것이다. 서로 성공한다. 너무 아름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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