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는 아이들 학교에서 시니어 학년들의 공연이 있었다. 뮤지컬이었는데, 몇주 전부터 hero에서 공지가 꾸준히 왔고, 아이들도 실제로 이번 학기는 컨셉이 이 뮤지컬 준비하는 것인가 싶을 정도로 계속 공연 준비를 하는 거 같았다. 그러다 공연날이 다가왔다. (우리 아이는 바로 전날에 와서야, 준비물을 이야기하긴 해서 공연날 오전내내 준비물을 구하러 다녔다. 그래도 '전'에 말한 거니까!)
우리 아이는 무슨 역할을 맡았는지 나에게 전혀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그냥 말하기 싫다는 것이다. 예측컨데, 뒤에서 춤을 추거나, 뒤에서 코러스처럼 노래하는 것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공연시간 한시간 전!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는데, 와우 진짜 무슨 백스테이지를 보는 거 같았다. 아이들 교실에서는 두명의 어른이 아이들을 분장해주고 계시는 모습이 보이고, 운동장에는 이미 분장을 마치고 의상까지 입은 아이들이 농구를 하거나 뛰어놀고 있었다.
드디어 공연 시작! 와...정말 놀라웠다. 연출이 내가 기대한 학예회 수준을 넘었고, 아이들의 연기와 노래 수준도 내 예상을 훨씬 상회하는 것이다! 심지어 재미와 교훈이 담긴 내용까지! 영어라서 내가 100퍼센트 모든 대사를 알아듣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웃음과 울음을 모두 선사해주었다. 떨리는게 느껴지는 아이들조차 연습을 얼마나 했는지, 몸이 떨림에도 불구하고 대사와 몸짓은 극 흐름에 맞게 나와주었다. 반면 배우로 타고난 것 같은 아이들은 메인롤을 환상적이게 잘 해내었다. 캐스팅된 아이들이 연습을 그 캐릭터에 맞게 한건지, 아이들의 특징과 재능을 알아보고 캐스팅을 한건지~ 아무튼 아이들의 모든 것에 감탄했다.
우리 아이는 내 예상대로 백스테이지댄서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이 있었다. 아이가 요새 들어서 흥얼거리는 노래가 몇개 있었는데, 그 노래들이 전부 이 공연에서 나오는 것이다. 학교에서 얼마나 많이 연습을 했으면, 우리 아이가 음을 전부 외울 정도가 되었을까? 게다가 우리 아이가 흥얼거리는 곡은 본인이 나오는 장면 외의 것도 정말 많았었다. 그래도 관심이 가고, 좋으니까 노래도 들리고 결국 외우게 되지 않았을까? 난,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본인이 모르는 말들은 그냥 귀를 닫아버리고 생활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말이다.
마지막으로 좋았던 점을 하나 더 언급하고 싶다. 그건 바로, '공연 중 촬영금지' 정책이다. 그 이유로, 아이들 공연에 완전 집중하길 바란다는 것이 써져있었다. 하지만 아마도 실제로 더 우위에 있었던 이유는 개인초상권침해를 우려해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유가 어찌됐든! 이 정책은 매우 옳았다. 나부터도 공연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예전에 아이들이 유치원과 어린이집, 학교에서 공연을 몇차례 했었다. 그런데 그때마다 모~~~든 부모가 휴대폰을 쳐다보고 있었다. 촬영하느라 말이다.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고. 나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나중에 내가 소장하려고, 또는 여기에 오지 못한 가족들에게 보내기 위해서 하나라도 잘 담아보려고, 이번 곡은 이렇게, 다음 곡은 또 다르게 찍었었다.
이런 방식으로 아이들 공연을 경험했던 나에게 '촬영 전면 금지'는 촬영으로부터의 '자유'였다. 조그만 휴대폰 화면으로 내 아이를 보는게 아닌, 무대 전체에서의 내 아이를 보았다. 무대 전체에 나오는 아이들을 보았고, 극에 몰입되어서 점점 대사와 아이들 몸짓에 집중하게 되었고, 우리 아이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에게도 엄청난 감동을 받았다.
아! 진짜 마지막으로 좋았던 점 한가지 더.
우리 아이는 원래 남들 앞에 나서거나 튀는 걸 정말 극도로 싫어한다. 그런데 두번째 공연 때는 아이의 몸짓이 훨씬 자연스러운 것이다! (공연을 이틀간 진행했다) 그래서 난 아이에게 이걸 말해주었다. 그랬더니 아이 왈,
- 뭐 나가보니까 생각보다 안 부끄럽더라고. 그래서 그랬나봐.
결론, 이번 학교 공연 정말 좋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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