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이가 축구경기를 하는 요일이다. 아이 축구경기가 끝나면, 그냥... 아이가 공 몇번 더 차다가 '엄마 집에 가자'라고 하면 집에 갔었다. 그러니까, 축구경기를 하고, 거의 바로 집에 갔다는 말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축구 경기가 끝나고 우리 셋은 아예 한판 더 놀고 오기 시작했다.
우연히 한번 아이들이 노는게 길어져서 아예 몇시간을 놀다가 오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한번이 너무 좋았던 것이다. 보통 경기가 정오를 좀 넘어서 끝나기 때문에, 그때가 완전 해가 가득한 시간이다. 해가 가득한 시간대에 + 잔디가 가득한 운동장에서 + 아이들과 뛰어노는 게 생각보다 "정말 행복"했다.
눈부신 해가 잔디를 비추고, 눈을 잘 뜨지도 못하겠는데 아이들은 다다다닥 잘도 뛰어가고, 뛰어가다가 신발이 벗겨지기라도 하면 우꺄꺄꺅하면서 신발을 들고 마저 뛰어간다. 그냥 이런 것들이 너무 좋은 것이다. 공원은 아무리 뛰어도, 끝이 저 멀리에 있을만큼 넓었고 우리가 아무리 끄악 우꺄각 웃어대도 시끄럽게 느껴지지 않을만큼도 넓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그야말로 아이들이 배고플 때쯤 먹일 간식거리 뿐이었다.

그래서 오늘도 든든한 점심도시락을 준비하고, 아침을 챙겨먹였다. 그리고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과자도 두 종류나 준비했고, 방울토마토와 사과도 준비해서 나갔다. 비가 온다고 했던 하늘은 청명하닥못해 반짝반짝 빛이 났다. 결국 우리는 축구 끝나고 거의 세시간을 공원에서 놀았다. 중간에 돗자리를 깔고 밥도 먹고 누워서 과자도 먹고, 과자 먹다가 다가오는 개 때문에 둘째는 패닉이 되어 내 등뒤로 올라가는 일도 있었고ㅋㅋ 이제 좀 집에 가볼까하고 주차장으로 걸어가는 중에, 놀이터에서 놀면 안되? 당연히 되지~라는 대답과 동시에 달려가는 동안에 발견한 거대한 나무 그루터기와 그 바로 윗부분일 거 같은 통나무를 처음 발견해서 그 위에 올라타서 또 공 주고받기를 했다. 거기에 앉아있던 아이들은, 그저 내가 공을 던져주기만 해도 즐거워했다. 헤딩으로 받아치기도 하고, 발로 차기도 하면서 말이다. 아이들만 없었더라도 이건 그냥 '와아, 진짜 크다'하고 지나칠법한데, 아이들은 자연의 모든 것을 놀이거리로 만드는 재주가 있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과 뉴질랜드 생활을 하고 있는 덕에, 난 이 축복받은 나라를 더 온전히 느끼고 있다.

다시 본론으로 가면, 이렇게 푸른 잔디와 하얀 햇살 아래에서 아이들과 키득키득대며 있다보면, 순수한 행복이 스물스물 올라오는게 느껴진다. 우리 말고도 가족단위로 골대 하나씩 잡고 노는 풍경이 아주 흔하게 보인다. 더 흔하게 보이는 건, 삼삼오오 같은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서 무슨 스포츠를 하고 있는 것이고 말이다.
분명 우리나라에서도 사람들이 스포츠를 많이 하고 있는데, 내가 여기와서 여기 나라 사람들이 스포츠를 진짜 좋아하는구나라고 느끼는 건, 아마도 내가 공원에 훨씬 자주 가고 있기 때문일 것 같다. 특히나 내가 사는 도시는 공원이 많은 도시 중 하나이기도 한데, 공원마다 무슨 스포츠 클럽도 같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테니스, 축구, 크리켓, 볼링, 럭비 등등 말이다. 심지어 학교에서도 주말에는 무슨 경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한번은 여기에서 몇십년을 산 분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 여기 사람들은 축구를 좋아하나요? 테니스도 좋아하는 거 같아요. 산에서 자전거도 진짜 많이 타던데.
이에 그 분은 우문현답을 해주셨다.
- 여기 사람들은 그냥, 밖에서 노는 걸 좋아해요. 무조건 밖에 나가서 노는 거 같아.
맞는 거 같다.
여기에 내 생각을 하나 더하자면, 여기가 나가서 놀기 좋은 환경이기도 하다. 공원이 많고, 넓은 공원도 많다. 공원 가는 길이 막히지 않는다. 고로 가기 쉽다! 그리고 공원에는 잔디가 진짜 잔디가 심어져있다. 그리고...결정적으로...... 공기가 깨끗하다!! 그로인해 사람들은, 야외에서 놀이하면서 느끼는 행복이 습관화된 것이 아닐까한다.
사실 진짜 별거 아닐 수도 있다. 공과 물통 그리고 간단히 먹을 것을 챙겨들고 공원에 나가서 한두시간 놀다가 오는 것. 특별한 이벤트는 아니지만, 행복이 느껴진다. 진짜 그렇다. 별거아닌 행복. 그런데... 이게 진짜 '행복' 아닌가? 찾기 어려운 네잎클로버는 행운, 찾기 쉬운 세잎클로버는 행복을 뜻한다고 하니 말이다.
뉴질랜드 사람들은 이 별거아닌 귀한 행복을 진짜 '별거아니라고' 느낄까 아니면 '별거라고' 느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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