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아이는 잘 키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다. 아니지, 그래도 다행히 아이가 잘 "커주었다"는 생각 말이다. 오늘 아이가 나에게 보여준 행동도 그러하다.
오늘 아침에 엄청난 일을 겪었었다. 아이는 나에게 크게 반발했고, 난 큰소리로 혼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엄청난 훈육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을 풀지 못하고 등교했다는 것이다. 등교하기 전에는 어떻게든 풀고 보내자는 주의여서인지 못내 찝찝하고 나도 내내 힘든 반성의 시간을 보냈던 차였다.
그래도 시간은 속절없이 가서, 아이를 픽업가야하는 시간이 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난 스스로를 추스리고, 첫째가 좋아하는 간식을 만들고,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저녁거리를 준비하고, 시간이 되서 학교로 갔다.
그런데! 아이의 간식 중 하나를 안 가져온 것이다. 학교 교문이 보이고나서야 생각이 났다. 집에 다녀오자니 하교시간이라 픽업시간이 많이 늦어질 것 같아서(학교픽업시간에 늦으면 학교에서 오피스로 데리고 가고, 나한테 전화가 온다..) 그냥 픽업을 하러 학교에 들어갔다.
그런데, 나도 그랬지만 아이가 어색해하면서 나한테 잘하려고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말도 더 많이 하려고 하고, 특히 내가 간식을 만들어놨는데 깜박하고 안 가져왔다고~ 이거 우리 첫째가 좋아하는건데 엄마가 깜박했다고. 그러면 사실 평소같으면 바로 축구에 간다(아, 오늘은 아이가 학교 끝나고 축구수업이 있는 날이다). 간식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거니와, 무엇보다도 축구수업에 미리 가서 공 차면서 노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는 친절한 말투로 그냥 집에 가서 그 토스트 가져와서 먹으면 안되냐고 물었다. 아이가 내 성의를 받아주려는 표시를 하는 것이다. 마음이 훈훈해졌다. 그리고 더 미안해졌다. 아무튼 난 당연히 시간이 된다고 하고 집으로 차를 돌렸다. 도착해서 아이는 자기가 가져올테니 엄마는 차를 돌리고 있으라고 말을 했다. 그리고는 토스트를 가져오더니 한입 물자마자 "엄마, 맛있어"라고 하면서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축구연습실에 도착해서 내리면서 이 말을 하는 것이다. "엄마... 오늘 아침에 죄송했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휘릭~내림
ㅠㅠ ㅠㅠ ㅠㅠ ㅠㅠ ㅠㅠ
더 미안해지고 동시에 너무 고마웠다. 나의 불편한 마음이 풀리도록 내가 준비한 간식도 굳이 가서 먹자고 하고~ 내릴 때에는 부끄럽고 불편한 말을 하고 말이다. 우리 아이들은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이렇게 나와 풀곤 했던 것 같다. 이렇게 스스로 뉘우치기까지, 필요한 건 '시간'일 뿐이고 말이다.
그래도 오늘 아침에는 너무 엄청난 강도였어서, 이런 화해(!)가 힘들줄 알았다. 그러나 아이는 먼저 이렇게 손을 내밀어주었다. 너무 고맙다. 어쩜 이렇게 착한 아이들을 둘이나 두었을꼬~ 난 정말 행운아다. 난 아이들을 믿는다. 기분 나쁠 때의 태도가 나에 대한 태도가 아니라는 것도 포함해서 말이다. 기분 나쁠 때 하는 행동, 그걸 다듬어 주는 것이 지금 부모가 해야할 역할이라는 것도 안다. 아무튼! 또 한번 깊게 생각한 계기가 되었다.
- 화를 내면 배우지 못한다.
- 아이는 나의 말보다 태도를 배운다.
- 시간을 주자.
Epilogue.
집앞에 내가 좋아하는 꽃이 봉우리가 지더니, 결국에 꽃망울을 터트려 힘있게 꽃을 피웠다. 오늘 아침에 이걸 발견하고, 첫째의 마음을 풀어주려고 차를 빼다가 멈추고 "우와~ 진짜 폈어~~ 아이들아 한번 봐봐~"했었다. 그런데 오히려 첫째는 "난 안 보이잖아~ 어디!?"라고 하면서 심술섞인 말투를 하였다. 하아 문제는 내가 여기에서 화가 난 것이다. 계속 아이를 풀어주려고 했는데, 아이는 자꾸 맘을 풀지 않고 꼿꼿하게 화가 나있으니, 나도 화가 나버린 것이다. 그래도 아이는 차에서 내려서 이 꽃을 제대로 보고 왔다. 그때 내가 아이에게 씩 웃으면서, 예쁘지? 한마디 했다면... 오늘 아침은 완전히 바뀌었을 것이다. 한순간이다. 아이가 내 맘대로, 내가 원하는 타이밍에, 내가 한만큼(!!) 기분을 풀어주지 않는다고 화가 나다니. 그래도 꽃은 아름다고, 이제 집에 나갈때마다 이 꽃을 나는 볼 것이고, 이 꽃은 나를 계속 되뇌어줄 것이다. 내 맘대로 모든 것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시간을 주면, 그래도 옳은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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