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53 10월16일 크라이스트처치의 봄, 책, 기록

NJay.st 2026. 10. 16. 20:17

오늘도 날이 매우 변화무쌍했다. 두명의 키위들에게 들은 바로는, 크라이트처치의 봄은 '원래' 이렇다고 한다.

예를 들어, 오분 동안 강하게 해가 비치다가 갑자기 흐려진다. 그리고 비가 우두둑. (그러다가 우박이 오기도 한다는데 어제 오늘은 아니었다). 비가 그칠락말락 보슬비처럼 오다가 은근슬쩍 하늘이 보인다. 그러더니 갑자기 또 해가 쨍~

해가 나면, 햇빛이 뜨겁다.

해가 사라지고 구름이 하늘을 모두 뒤덮으면, 춥다... 

역시 바람막이는 뉴질랜드에서 사시사철 입게 되는 옷이다. 오늘같은 날씨는 안에 경량패딩도 입어야 한다. 

 

어제 겪었던 작심삼일 위기를 잘 보내고 오늘아침도 잘 맞이한 거 같다. 물론... 답답함에서 오는 화가 있었지만, 표출하지는 않았다. 적어도 세게^^; 

 

그리고 아이들을 재우고, 쌓여있는 설거지를 1차적으로 해결하고, 잠시 쉬는 동안, 책을 읽었다.

 

친구가 읽고 있다며, 재밌다고 추천해준 책인데 다행히 한글번역본이 출판되어 있는데다가 이북으로도 발행되어 있었다. 

그 친구는 그저 제목만 보고,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략적인 줄거리라도 모르고 읽었다면 훨씬 더 재밌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말이다. 그래서 난 필사적으로 책 제목만 클릭을 하고, 그 아래에 있는 아주 짧은 소개글도 필사적으로 읽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면서 책 제목을 클릭하여 드디어 읽기 시작한지 5일째. 

 

요새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 중 한가지.

- 사실 나에게 이런 '재밌는 소설' 읽기는, (이 책은 판타지 & 로맨스 & 성장소설로 내 맘속에서 분류되고 있다) 간식과도 같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과도 같다. 즉, 시간만 주어진다면 끊지 않고 쭉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그런데 사실 난 다른 할일이 많다. 예를 들면, 영어공부?

- 그런데 이번 4학기가 시작되면서 다짐한 것이, 나에게 책 읽을 시간을 확보해주는 것이었다.

- 그런데, 여기서 드는 생각: 이런 재밌는 책을 읽는 시간을 '확보'해주는 것이 맞는건가?

- 그래도 의미없고 시간을 죽이는 릴스나 쇼츠를 보는 것보다는 낫나?

- 당연히 이 두 가지의 행위는 비교될 수 없을 없다... 

- 그럼에도 내가 이렇게 느끼는 이유는, 내가 지금 '해야하는' 리딩을 하지 않고 '하고 싶은' 리딩을 하는 데에서 오는 무언가의 죄책감일까??

 

그러거나말거나 이미 이 책은 멈출 수 없다. 앞부분을 지나서 이제 스토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만난 이 구절. 

사람이 흔적을 남길 수 없다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는가?

From 'An invisible life of Addie Rarue'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그 옛날에 판교 출판단지의 어느 서점에 들어가서 펼쳐본 책에서 말이다.

- 사람의 욕망 중 하나는 기록하려는 욕망이다. 

 

저 구절을 보는데 이런 사고의 흐름이 이어졌다.

- 그래서 사람은 기록하려는 욕망을 갖고 있는데 사실 이 욕망은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다. 기록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이고, 그건 나의 존재가 부정당하는 일일테니까. 그래서 요새의 나는 뭐든 기록하려고 하고, 나의 이 기록하고픈 열망은, 내가 나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열망이며, 즉.. 나의 존재가 부정당하지 않기 위한 필사적인 욕구인가?

 

 

흠. 다시 책으로 돌아가야겠다. 

이 책은 아주 복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