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6월21일 비오는 일요일(에 이뤄진 소비)
오늘은 비가 와서 산으로 들로 가는 것은 못하는 날이다. 비가 오면, 집에서 맛있는 거 먹으면서 영화를 봐도 되고, 아무튼 집에서 하루종일도 놀 수는 있지만 가급적 밖에 나갔다가 오는 게 건강에 이로우므로! 우린 주로 수영장과 도서관에 간다. 그래서 오늘 둘다 했다. 막상 나가려니 너무 가기 싫었지만~ 그래도 어제 밤에 수영장에 갔다가 도서관에 가기로 했으니, 아이들도 그냥 갔으면 한다고 하기도 하고, 계획대로 오전에 수영장에 갔다.
>수영장: 다이브 토이
오늘은 특별히 아이들에게 다이브 토이Dive Toys를 사주었다. 하나 사야지사야지 하다가 아직 못 사고 있었는데, 링 형태가 자유형 교정할 때도 사용한다는 말을 듣고, 장난감으로도 쓰고 수영연습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으니 구매해야한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다이브 토이는 말그대로 물 속에 뛰어들어서 갖고 노는 장난감으로, 물에 던지면 가라앉는다. 한 부분만 무겁게 설정되어 있어서(예를 들어 링 형태는 가운데 하얀색 부분이 무거운 부분이다), 링 형태를 던지면 하얀색을 아래로 하고 나머지 부분은 물살에 살랑살랑거린다. 그래서 수영장 바닥까지 닿도록 잠수를 해서, 살랑거리는 부분을 집어서 다시 물 위로 올라오는 것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여기 애들은 물 속에 점핑하거나 다이빙하는 걸 워낙에 좋아해서인지, 엄청 재밌어한다. 시립 수영장에서도 아이들 레슨의 마지막은 항상 이 다이브토이이다. 아무래도 수영에 있어서 잠수를 해서 원하는 것을 본 다음에 가져오는 스킬도 필요한 것이리라.
둘째는 리테일샵을 지나갈 때 이 장난감이 보일 때마다 사달라고 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이러저러한 이유를 들며 사준다고 하니, 정말 너무 기뻐하는 것이다. 우리가 고른 것은 아무 캐릭터도 그려져있지 않은(그래서인지 가장 저렴했던) 4개의 링 형태 다이브 토이(20달러)였다. 옆에 있던 첫째도 말은 별로 안 했지만, 좋아하는 눈치였다. 동생이 먼저 좋아하는 색을 두 개 골랐는데도, 본인은 이것도 괜찮다며 그냥 넘어가고 말이다.
처음에 2.2미터 수심의 레저풀에서 이걸 한번 던져보았다. 와 그런데 진짜 그건 너무 힘들어보였다. 난 물에 몸을 띄우는게 너무 어려웠는데, 반대로 가라앉는 것도 만만치않은 것 같았다. 아무리해도 바닥에 닿기가 너무 어려웠고, 그 시간만큼 숨을 참는 건 더 어려웠다. 결국 첫째는 풀 바깥에 나가서 점핑을 했다. 그랬더니 성공! 이거 몇번 하다가 이러다가 애 잡을 거 같아서 낮은 수심으로 이동했다. 그랬더니 애들이 완전 고삐풀린 망아지들처럼 물 속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정말 즐겁게 놀았다. 이 장난감 하나로 한시간을 풀로 재밌게 놀다니~~ 20달러 이상의 가치이다.
수영하고 나와서 나른한 몸을 이끌고 나오니 분명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해가 구름 사이로 스물스물 비쳐지고 있었다. 햇살 반, 구름 반인 하늘 아래에서 바나나와 오트바 하나씩 먹고 나서 이제 도서관으로 출발!
>도서관: 주차, 카페
중앙도서관(Tūranga)에는 오랜만이다. 여기 오면 주차비가 추가로 든다(1시간에 5달러). 그렇지만 여기만의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는데다가, 한글 책도 많은 편이고 체스도 편하게 둘 수 있다. 그런데 들어가려는데 내가 먼저 배가 고팠다. 아까 분명히 바나나와 오트바를 먹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미 점심시간인데다가 아침을 간단하게 먹어서인지, 그저 수영장에서 한참 놀다가와서인지 배가 고팠다. 원래 간단한 샌드위치를 싸오려고 했는데, 타이밍을 놓쳐서 바나나와 오트바만 가져온 것인데 역시나 부족했나보다. 이러한 핑계로 도서관 카페에 갔다. 우린 오늘 아주 배부른 저녁을 이른 시간에 먹을 계획이므로 아이들 고르는 것 하나씩만 주문했다. 그건 바로 fruit salad와 햄치즈크루와상 샌드위치(33달러)였다.

과일샐러드에는 두 종류의 사과, 포도, 갈색 껍질의 서양배, 파인애플, 마지막으로 수박이 들어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수박~! 요새 마트에서 보이지 않았는데, 수박이 여기에 들어있다니. 은근 맛있는 조합이었다. 그래서 애들도 이렇게 한번 런치박스에 싸줄까하다가.... 바로 생각을 접었다. ㅋㅋ 그러면 도대체 몇개를 썰어야한단 말인가! 노노노~ 런치는 간단하게 :) 시간이 많은 어느 주말에 애들하고 다 같이 만들어서 먹는 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크루아상샌드위치는 브리치즈인지 카망베르치즈인지가 두껍게 썰려있고, 샴페인 햄이 얇은 게 한장 정도~ 매인이 치즈 같았다. 첫째가 골랐는데 첫째는 이것보다 과일샐러드에 더 심취하는 바람에 결국 내가 거의 다 먹고 말았다. 샌드위치에 까망베르치즈를 저렇게 두껍고 길게 넣어도 맛이 괜찮다는 걸 배운 것에 의의를 두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 두개 메뉴가 합쳐서 33달러라니, 역시 뉴질랜드 외식 물가는... 게으름의 비용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흑흑.
그리고 드디어 도서관~ 역시 여기 오면 우리 셋다 책을 잘 읽는다. 우리 첫째는 한글책 앞에 아예 자리를 잡고 있는 편이고, 둘째는 제일먼저 DVD 선반을 구경하다가 레고 한번 쳐다보고, 자기가 맘에 드는 책이 있는 책장 앞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그림만 보는 특별한 재능을 발휘하는데, 오늘은 특히나 진짜 둘째의 셀렉션이 훌륭했다.

예전에는 아이가 가져온 책을 옆에서 쳐다보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오늘은 그냥 아이가 가져온 책을 진짜로 읽었다. 엄마가 재밌게 읽으니, 아이는 뭔가 더 신나해하는 것도 같았다. 나도 시간잘가고~ 이 방법 괜찮은 것 같다 ㅋㅋ 특히 이 할아버지책은 저 4개를 모두 다 읽고 싶어서 사진도 별도로 찍어두었다. 할아버지가 가디건이 낡아서 새 가디건을 사러갔는데, 결국 op-shop에 아내가 기부한 본인 가디건을 좋다고 다시 사온 이야기이다. 다른 책은 얼마나 재치가 있을지~ 기대된다.

이렇게 주차시간 1시간을 꽉 채워서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니 벌써 4시~ 각자 빌려온 책 읽고, 저녁 준비 같이해서 맛있는 식사를 마쳤다. 비오는 일요일인 오늘 하루도 잘 보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