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6월14일 환상적인 Walks
일요일이 되면 난 아이들과 이 아름다운 대자연을 누린다. 처음 몇개월은 일요일은 그냥 일주일을 정비하고, 다음 일주일을 준비하는데에 주력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아름다워서 선택한 이 도시에서 내가 지금 집에서 뭘하고 있는거지라는 자각이 들었다.
그래서 날씨가 허락이 된다면, 가고 싶은 곳을 몇군데 알아봐두고 토요일 저녁에 확인해서 일요일 날씨가 좋으면, 든든한 아침과 맛있는 점심도시락과 간식을 준비하여 밖으로 밖으로 나갔다. 날씨가 가장 핵심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도 말해두는 편이다. 이번주에 "날씨가 좋으면" 여기에 가자라고 말이다.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던 아이들이 요즘에는 약간 기대를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모든 곳이 다 아름답고 걷기에 좋진 않았다. 하지만 그때마저도 그 나름의 추억이 생기곤 한다.


어제는 farm track이라고 분류되는 곳으로 갔었다. 와아 그런데 날씨가~ 와아~ 정말~~ 환상적이게 아름다웠다. 참고로 지금은 겨울인데, 바리바리 싸들고 갔던 내피들은 한번도 입을 일이 없었고, 바람막이 하나로 충분한, 정말 화창한 날이었다. 바람이 안 부는 트레일로 들어섰을 때는 바람막이마저도 필요 없었다.
여기저기 "정말로" 양들이 많이 보이고, 산행길에는 여기가 진정한 양들의 구역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여기저기 똥들이 많았다. 그런데 아이들은 또 그걸, 일명 "똥 피하면서 달리기"라는 게임을 하면서 통통통 뛰면서 그 길을 타고 내려갔다.
심지어 협곡같은 곳을 지나갈 때는 반대편의 경사면에도 양들이 보였다. 그 가파른 경사에도 불구하고 양들이 거기에 서서 풀을 뜯어 먹고 있는 것이다. 몇몇 양들은 우리를 빤히 쳐다보기도 했다. 둘째는 양들이 너무 가까이 보인 다음부터는 거의 패닉이 되었다는 건 안비밀이다.ㅋㅋㅋ 그 와중에 목줄이 안 달린 개들이라도 오면 다리가 아프다고 불평하던 아이가 갑자기 슈퍼파워가 생긴 것처럼 옆 경사면으로 다다닥 도망을 갔다.
그래도 그와중에 형이 똥경보를 외치자, 웃으면서 다시 산행을 재개하는 둘째 아이를 보고, 너무 신기했다. 저쯤되면 완전 울면서 더이상 못간다고 할까봐 걱정하던 차였는데, 그래도 단 한번도 울면서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둘째를 앞으로 더 오게하려고 웃긴 농담을 하는 첫째가 기특했다.
협곡을 지나서 정상적인(?) 길을 만나서는 아이들은 환호하며 "Hurray"를 외쳤다. 아이들도 이제 저 길만 따라가면 우리 차가 있는 주차장으로 통한다는 것을 알게 된건가? 아니면 그냥 일단 험한 길을 지나서 이렇게 쫙 펼쳐진 길을 만나니 그 차이에서 오는 안도감에서 환호를 외친걸까? 아무튼 아이들과 함께 기뻐하며 만난 길은 사실은 오르막으로 된 아~~~~주 기다란 길이었다. (ㅋㅋㅋ) 둘째의 위기가 또 몇번 왔지만, 그래도 또 신기하게 다다다닥 형이랑 카라멜가지고 더러운 장난도 치면서 드디어 진짜 쉼터에 도착하였다. 호수가 쫙 펼쳐져있고, 시원한 바람이 쏴아 부는 곳이었다. 사람들 대부분이 거기에서 휴식을 취하는 거 같았다. 우리 주차장까지는 700미터!

호수를 보며 아이들과 에너지바를 나눠먹는데 정말 기쁜 마음이 마음속에서 솟구쳐왔다. 아이들이 이렇게 컸다니!! 그런데 첫째가 말하는 것이다. "엄마, 진짜 너무 좋아. 여기 아빠랑 꼭 오자. 그리고 그거 알아? 우리~ 처음으로 루트를 완성했어! 중간에 돌아오지 않고, 끝까지 다 했다고! 엄마, 우리 진짜 처음보다 훨씬 더 잘 걷는 거 같지 않아? 아 오늘 정말 기쁜 날이야. 엄마 여기 진짜 좋다!"
이렇게 이쁘게도 어미의 마음을 한줄 요약 해주다니 아들아~~ 엄마도 너무 기쁘다~~
Epilogue.
우리가 이렇게 기분이 좋았던 이유 중의 하나는 아마 사람들의 친절함도 함께 느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산길을 걸으며 두번의 큰 도움과 그 외의 자잘한 도움을 받았었다. 아이들도 그런 친절함 속에서 기분도 더 좋아지고 기운도 더 났으리라
첫번째 도움) 사실 주차하고 출발하려고 할 때부터 지도를 펼쳐도 어디가 어딘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뭐가 어딘지를 나타내는 이정표가 하나도 없었고, 신호가 약해서인지 휴대폰 지도앱은 로딩되는 표시만 되고 작동되지 않았다. 그래서 지도를 펼치고 있는데 친절한 부부가 와서 우리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지도를 보며, 내가 원하는 루트가 어딘지 물어보더니, 지금 우리가 있는 곳과 옆에 보이는 산봉우리의 이름, 그리고 아이가 있으니 이 방향으로 가는게 좋을 거 같다고(더 경사진 쪽으로 내려가서, 덜 경사진 쪽으로 올라오라는 팁! 물론 지도만 봐서는 어디가 더 경사졌는지 알 수 없었다) 이~~렇게 가면 이게 보일 것이다라는 등등의 조언을 주었다.
두번째 도움) 길이 갈라지는데 이정표가 너무 성의 없었다. car park, farm track 이라고만 쓰여져있었다. 즉 지명이 없었다. 난 지명이 필요한데 말이다. 그래서 지도를 들고 혼자서 생각했다. '일단 지도에 표시된 방향(직진)대로 가고 만약에 길을 잃으면 그냥 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가야지'. 그런데 한 분이 와서는 괜찮냐고 하면서 도움의 손을 내밀었다. 심지어 그 분이 지도에서 가리키는 곳은 내가 생각한 나의 위치와는 다른 곳이었다!! 그래서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말하니, 이렇게 가면 된다고 지도에서 알려주는데, 와... 지그재그도 그런 지그재그가 없었다. 그걸 눈치챘는지, 그럼 본인을 따라와도 된다고 말해주었다! 그래서 그 분은 아이들이 중간에 목줄 풀린 개가 올때마다 한참을 기다렸다가 가는 그 시간들을 모두 기다려주면서 가장 중요한 분기점까지 같이 가주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 내가 어디로 갈지 아주 상세히 알려주셨다. 그리고 그 천사같은 분은 자기 길로 되돌아갔다... 이런 행운이 어디에서 만날 수 있냐는 말이다. 산행을 하다보면 서로 도와주는 일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아이와 따뜻한 경험을 하게 되어서 너무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