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6월8일 2주만의 글쓰기 but 다시 눌려진 발작버튼
와 글을 쓴지 2주나 되었다니!
어떤 계기로 내가 또 글을 쓰는 것을 미뤄왔는지 회상해보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 벌써 2주나 되었다. 그간 짧은 글을 메모지에 남기긴 하였지만, 그래도 뉴질랜드에 와서 내가 나 스스로에게 다짐한 일이 매일매일 글을 쓰는 것이었는데... 2주나 하지 않았다니... 그런데 놀라운 건 그 기간이 2주처럼 느껴지지 않고 엄청 짧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지금 머리에 스쳐가는 일들이 많다. 생각해보니 뭔갈 많이 하긴 했다. 좋은 일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어제 나는 드디어 나를 위한, 그리고 우리 가족을 위한 좋은 루틴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발작버튼이 눌리고 말았다.
완벽하게 준비한 아침 시간이었는데도 말이다.
완벽하기 준비한 아침이라는 의미는, 내가 아침 식사와 아이들 런치박스를 모두 다 준비를 해두었다는 뜻이다.
더불어, 아침에 아이들에게 그 어떤 기대도 하지 않기로 다짐까지 해두었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어제 늦게 자서 오늘은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기로 했고, 그래서 난 모든 걸 내려놓고, "간단한" 아침을 먹이고 학교에 일찍 가야겠다는 아주 단순한 목표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아침은 순조롭게 시작되었다.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첫째에게 힘을 주어 일어나게 했고, 일어나려는 첫째의 발목을 잡으며 안아달라는 둘째에게도 화를 내지 않고 차분하게 잘 설명하였다. 아이들도 다행히 심하게 장난치지 않고 옷도 갈아입고 아침밥상에 앉았다. 그런데 냉동딸기를 주면서 좀 기분좋게 해주려던 내 시도는 완전히 오늘 아침을 망치는 시도가 되버렸다.
딸기를 주려고 내가 식탁자리에서 일어나자, 아이들은 장난을 치기 시작하였다. 그냥 그러려니 하였다. 그런데 딸기에 지퍼백처리가 되어 있지 않아서, 새로운 지퍼백에 옮겨담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즉, 내가 식탁에서 떠나있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것이다! 새로운 지퍼백을 꺼내고, 딸기를 가위로 자르고, 다시 지퍼백에 담고 하는 그 동안에 아이들은 장난이 심해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둘째가 먹고 있던 계란을 형에게 던진 것이다!
물론 던진 사실은 형의 비명소리로 알게 되었다. 딱 보니 삶은 계란의 노른자가 둘째의 옷과 식탁 그리고 형의 앞자리에 떨어져있었고, 난 귀로 들리던 소리와 함께, 상황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아........ ~!@$#%^&^ㅕ&ㅑ
바로 아이의 밥그릇을 압수(!)하였다. 그리고 아이에게는 식탁에서 일어나라고 하였다. 입에 있는 것은 마저 다 먹고, 화장실에 가서 옷을 털고 손을 닦고 오라고 말이다. 그 사이에 첫째는 나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아이는 다 하고 와서 내 옆으로 와서는 다시 밥을 달라는 눈치를 주었다. 나는 다시 다짐을 해주고, 앉혀서 분위기를 되돌릴려고 하였다. 그런데 여기에서 또 화근이 생긴 것이다. 형한테 던진 그 계란 노른자를 내가 손으로 집어서 아이에게 준 것이다. 난 "이렇게 입으로 넣어야지 던지면 안되는 거야"를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실제로 이렇게 말하면서 주었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가 이걸 입에 물다가 다시 떨어뜨린 것이다. 바닥에 떨어지고, 아이에게 어서 주우라고 했다. 그런데 오래걸리길래 봤더니 두세개로 쪼개졌는데 그걸 주워먹고 있는 것이다!! 아~~~~ 여기에서 너무 화가 났다. 속상함이 화가 되는 순간을 아는가? 그 순간이 바로 이런 순간이다.
.....
난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이제 식탁에 앉아있을 수 없다고 판단. 침대로 가서 누웠다. 그냥 가면 좋았을 것을, 아이에게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고 갔다...."왜 음식을 입에 넣었는데 다시 입을 벌려서 떨어뜨리는 거야?", "분위기를 다시 되돌릴수가 없다고!!"
ㅠㅠ ㅠㅠ ㅠ ㅠㅠ ㅠㅠ
난 왜그럴까?
아이는 고맙게도 다시 나에게로 왔고, 아이에게 다시 물었다. 왜 입을 벌린거냐고~ 음식 떨어지게 왜 입에 넣었다가 다시 떨어뜨리는 거냐고 말이다.
아이는 세모가 된 눈과 코가 있는 얼굴로 말했다 "잘 안 물어져서..."
여기에서 절로 화가 풀렸다. 아 그랬구나. 난 왜 물어보지도 않고, 아이 입장을 이해하지도 않고, 떨어뜨렸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화가 난 것일까 라는 후회가 밀려들어왔다.
후회와 함께 아이를 웃겨주고 다시 사이좋게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첫째가 괜히 어깨를 쭈그리며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이다. 나는 그래서 일부러 웃기게 과장되게 아이를 흘겨보았다. 그런데 아이는 더 울먹거리는 것이다.
- 왜~?
- 무서워서....
- 뭐가 무서워~~
- 엄마가 째려보는 거 같아서...
여기에서 화가 났다........ 내가 정신이 나간 것이 분명하다.
- 그래! 그냥 엄마 화나있을께! 지금 다 풀고 나온거 몰라?? 거기에다대고 왜 또 분위기를 안 좋게 만드는건데? 엄마가 그냥 계속 무섭게 있는 게 좋아? 엄마는 그냥 무섭게 있을게 그러면!! 왜 다 풀고 나왔는데 뭐가 무섭고 뭐가 그렇다는거야~~진짜 이해가 안간다~~~ 알았어!! 엄마 그냥 계속 무섭게 할거야~~~!
휴우
결국 난 아이의 밥그릇을 또 압수하고(밥도 안 먹고 자꾸 밥알을 건들고 있길래), 식탁에서 일어나게 했다. 그리고 커텐치고 화분이나 보고 오라고 말이다. 그런데 웃긴건 이 와중에 둘째는 웃음을 참느라 어쩔줄을 몰라했다. 요즘에 이렇다... 이런 것들이 날 화나게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장난을 치고, 그 와중에 실수를 하면 잘못한 줄은 알지만 심각하게 잘못인줄은 모르는 것 같다. 그러면서 자기들끼리 몰래 웃고, 내 앞에서만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으려고 한다. 그게 다 눈에 보인다. 그런 행태들에 내가 화가 쌓여있었던 것일까? 다 풀고 나왔는데, 또 자기가 혼날까바 저런 약자의 표정을 짓고 있거나, 그냥 암튼 나 혼자 이상하게 생각해버렸다.
휴우 아이는 "고맙게도" 나에게 다시 와서는
- 생각해보니 내가 그럴 일이 아니었던 것 같아.
- 그럼 왜 그런거같아? 어떻게 해야했을 거 같아? 너도 혼날까바 더 오바하고 그런거야? 아님 엄마가 진짜 무서워서 그런거야?
- 나도 모르게 그냥 그런 행동이 나왔어 엄마.. 라고..
- 그래 그게 바로 진짜 이유네 그럼 그렇게 바로 말하면 돼 알겠지?
- 알겠어요..
하아. 정말 무의미한 서로 힘들게하는 시간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아이들은 "다행스럽게도" 이 순간 이후에 또 평소와 다름없이 장난을 심하게 치는 모드로 돌아갔다....
돌이켜보면 아이는 그 순간 움츠려졌던 거 같다.
내가 작은 일에 너무 과하게 신경질을 부렸던 것이 맞다.
작은 일이건 큰 일이건 아이에게는 그냥 엄마가 화를 많이 낸 것이 다일 것이다.
화를 내면 배우지 못한다.
아이상황을 먼저 이해하라.
이걸 어떻게 하면 매순간 기억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써서 부엌 한켠에 붙여놔야겠다.
